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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아산 · 하얀앵두

연극 · 휴먼 · 남성 / 40대 · 감정선 그리움 → 아련함

반아산 - 하얀앵두 독백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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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어쨋든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자꾸 생각나는 겁니다. 그 마당하고 꽃나무들이. 가끔 꿈에도 나와요.... 비가 촐촐히 오는데, 마루에 제가 옆으로 누워서 마당을 내다보고 있어요. 보이진 않는데 할아버지가 내 옆 어디 앉아 계신 거 같아요. 그 양반 피우던 담배 냄새가 나거든요. 생전에 그랬던 것 처럼 암 말도 않고 앉아 계시죠.... 처마 밑에 제비 새끼들은 지줓거리고, 낙숫물은 뚝뚝 떨어지고, 마당가에 청태는 자부룩이 끼어있고, 밥알만 한 자잘한 풀꽃들이 빗방울에 후득후득 떠는데, 어디서 기어 나왔는지 두꺼비 한 마리가 눈을 껌뻑껌뻑하면서 앉아 있고요. 저는 마루에 가만히 누워서도 그 마당 구석구석, 뒤안과 대숲, 탱자나무 울타리 밖에 선 해바라기까지 한 목에 볼 수가 있어요. 우습죠. 실제로는 절대 그럴 수가 없겠지만, 꿈속에서는 그 마당에 있던 꽃이란 꽃이 모조리 한꺼번에 피어 있어요. 그 사탕 껍질 꽃까지.... 하얀 앵두에 빗물이 맺혔다가 똑똑 떨어지는 거, 하얀 불두화 위로 까만 개미들이 기어가는 거, 젖은 댓잎들이 몸 비비는 소리, 은은히 빛나는 장독 뚜껑에 빗방울이 사그랑거리는 소리.... 저는 가만히 누워서 그 모든 모양을 보고, 냄새를 맡고, 그 모든 소리를 듣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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