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빈 · 열일곱의 고백

연습대본 · 청춘 · 여성 / 10대 · 감정선 공포 → 절망 → 슬픔 → 사랑 → 기쁨

수빈 - 열일곱의 고백 독백 카드
↓ 독백 다운로드

전체 대사

...안녕하세요. 아, 진짜 바보 같다. 이렇게 서 보는 거... 처음인데. 근데 나는 안 서잖아. 내일. 이거... 삼 주 전에 받았어. 담임쌤이 "수빈아, 너 연극반 아니었냐" 하셔서 받긴 받았는데. 이름 쓰면 되는 거였어. 그냥 여기, 이 칸에. _박수빈_. 석 자. 근데 왜 이게... 이렇게 어려운 건지 모르겠어. 엄마는 그러셨어. "수빈아, 연극은 취미로 해. 대학은 경영학과 가야지." "이모네 딸 은지 봐라, 경영학과 나와서 대기업 갔잖아. 너도 그러면 되지." 은지 언니, 잘 됐지. 진짜 잘 됐어. 근데 나는... 은지 언니가 아닌데. 나는 이런 거 만질 때가 좋아. 이 헐렁한 나무 냄새. 페인트 냄새. 무대 뒤에서 기다리면서 손이 벌벌 떨리는 그 순간.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무대에 섰어. 학교 축제. 대사 세 줄짜리 역할. 마을 아이 3. **세 줄**이었는데, 나 일주일 동안 연습했어. 거울 보면서. 화장실에서. 버스에서도 중얼중얼. 근데 무대에 올라가니까...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머리가 하얘지고. 첫 대사를 까먹었어. 5초? 10초? 얼마나 멈춰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어. 킥킥거리는 소리. 그때 생각했어. "아, 나 **못하는구나**." 근데 있잖아... 그 5초가 끝나고, 두 번째 대사가 입에서 나왔을 때. "어머, 저기 좀 보세요!" 이 한마디가 나왔을 때. 여기서 뭔가가 *쿵* 했어.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근데 그게... **좋았어**. 무서운데 좋은 거. 떨리는데 하고 싶은 거. 그게 뭔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돼? 나는 알아. 나는 알거든. 근데 엄마한테 뭐라고 해. "나 배우 할래"? "경영학과 안 갈래"? 작년에 한 번 말했었어. 저녁 먹다가. "나 연극영화과 가고 싶어." 엄마가 젓가락을 내려놓았어. 아무 말 안 하고. 3초쯤? 그리고 다시 젓가락을 들어서... 밥을 떴어. 그냥. 그게 끝이었어. 대화가 _없었어_. 그냥... 밥 먹고, 설거지하고, "잘 자" 하고. "안 돼"라고 했으면 차라리 싸웠을 텐데. 그 **침묵**이... 젓가락 드는 그 손이... 나한테는 "넌 안 돼"보다 더 무서웠어. 그래서 신청서 못 냈어. 삼 주 동안. 이거 구겨졌다 펴졌다를 한 열두 번은 한 것 같아. 근데 안 버렸어. **못** 버렸어. 있잖아, 나 무서워. 솔직히. 무대 위에 서는 것도 무섭고, 엄마한테 말하는 것도 무섭고, 잘 못할까 봐 무섭고. 근데... 안 서는 게 더 무서워. 이 강당에 오백 명이 앉아도 내 심장 소리가 더 클 거야. 다리가 떨려서 넘어질 수도 있어. 대사를 또 까먹을 수도 있어. 근데 나 그래도 서고 싶어. 여기. 이 빛 아래. 박... 수... 빈. 됐다. 엄마, 나 내일 무대에 서. 말 안 했지만... 볼 거지?

← 독백 아카이브로
카카오톡
상담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