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 갈매기
연극 · 드라마 · 여성 / 20대 · 감정선 절망 → 다짐 → 사랑 → 그리움
전체 대사
내가 걸었었던 땅 위에 입을 맞추다니, 그런 말을 어떻게 하세요? 당신은 날 죽여도 시원치 않을 텐데요. 지쳤어요. 쉴 수만 있다면, 쉴 수만 있다면. 나는 갈매기죠. 아니, 그게 아냐. 난 배우야. 그래. (옆방의 뜨리고린과 아르카지나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문으로 뛰어나가서 열쇠구멍으로 들여다본다) 그 사람도 있군요. 괜찮아요. 그 사람은 연극을 믿지 않아. 그 사람은 내 꿈을 비웃었어. 얼마 안 가서 나도 연극에 대한 믿음이 없어질 테지. 난 넋이 나가버렸고 사랑과 질투, 그리고 애기에 대한 걱정으로 항상 불안에 떨었죠. 평범하고 옹졸한 인간이 되어버리면서 연기도 형편없어졌구요. 나는 무대 위에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었고 목소리도 내 마음대로 나와 주질 않았어요. 난 내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게 되어 버렸어요. 당신은 연기를 하면서 '이건 아닌데!' 자기가 하는 연기가 형편없다는 걸 알 때의 배우의 심정이 어떻다는 걸 짐작도 할 수 없을 거예요. 난 갈매기예요. 아냐,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었는데, 갈매기를 쏜 적이 있죠, 기억나요? 한 남자가 지나가다 갈매기를 봤다. 그는 장난삼아 그 갈매기를 죽였다. 단편소설 감이죠. 아냐, 그게 아냐. 무슨 얘기를 했었죠? 내 연기에 대해서?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이젠 진짜 배우예요. 그 사실을 즐기구요. 거기에 빠져 있는 걸요. 전 무대 위에 서면 취해요. 거기서는 나 자신이 아름답게 느껴져요. 여기 고향에 온 날부터 걸었어요. 걸으면서 생각했어요. 그리고 내 마음과 영혼이 매일매일 강해져가고 있는 걸 느꼈어요. 이제 알 것 같아요 꼬스차, 작가든 배우든 간에 우리 일에는 내가 꿈꾸었던 어떤 것들도, 명예나 성공도 문제가 되는 게 아니고 어떻게 견디느냐, 어떻게 자기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믿음을 갖고 버티느냐를 알아야 해요. 이제는 믿음이 생겼어요. 그리고 더 이상 고통스럽지도 않아. 이젠 갈게요, 안녕. 내가 위대한 배우가 되면 꼭 와서 봐야 해요. 약속하죠? 지금은... 늦었어. 서 있지를 못하겠어요, 어지러워. 무얼 먹어야 할까 봐요. 아니, 괜찮아요, 필요없어요. 밖에 마차가 기다리고 있는 걸요. 배웅 나오지 마세요. 내가 혼자 갈게요. 그 여자가 그 사람을 데려왔군요, 그렇죠? 뭐 관계없어요. 뜨리고린을 보면 아무 얘기 마세요. 그이를 사랑해요. 옛날보다 더 열렬히 그이를 사랑해. 정열적으로, 절망적으로 그 이를 사랑해요. 단편소설 감으로 좋은 소재야, 그지? 꼬스차, 옛날엔 모든 게 아름다웠어. 기억나? 우리의 인생은 순수하고 즐겁고 따뜻했어? 우리의 감정은 향기롭고 섬세한 꽃 같았잖아, 기억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