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나 · 피고인 석의 아리아
연습대본 · 뮤지컬 · 여성 / 10대 · 감정선 분노 → 죄책감 → 체념
전체 대사
모든 이야기에는 주인공과 악당이 필요하죠. 사람들은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요. 검사님께서는 아주 멋진 이야기를 쓰셨어요. 질투에 눈이 멀어 친구를 해친, 천재의 재능을 시기한 범재. 완벽한 악당이죠, 제가. 그 이야기에 따르면 전, 콩쿠르 결과를 듣고 이성을 잃었대요. 늘 저를 얕보던 그 애의 집으로 찾아가... 트로피를 휘둘렀다고. 증거도 명확하죠. 제 지문이 묻은 트로피, 그리고 그 애의 피. 그날... 맞아요. 제가 그 애 집에 갔어요. 뻔뻔하게 축하라도 해주려고 그랬을까요? 아뇨. 제 오르골을 돌려받으려고 갔어요. 할머니 유품인... 세상에 하나뿐인 내 보물. "이딴 고물이 네 유일한 자랑이잖아. 이것마저 없으면 넌 뭐야?" 그 애가 웃으면서 오르골을 들고 있었어요. 제 눈앞에서... 그걸 바닥에 던지려고 했어요. 멜로디가... 멜로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안돼. 그것만은... 그것만은 안된다고 소리쳤어요. 제발... 내 세상의 전부니까. 내 목소리, 내 꿈, 내 유일한 위로니까. 제발 그것만은...! 근데 그 애는... 웃었어요. 제 절망을 비웃었어요. "네 세상? 네까짓 게 가진 세상이 있긴 해?" 하면서... 그 애 손에 들린 트로피가 보였어요. 반짝이는... 금색의... 괴물. 검사님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틀렸어요. 전 트로피를 휘두르지 않았어요. 뺏으려고 했어요. 그 애 손에서 오르골을, 아니, 제 세상을 부수려는 그 무기를 뺏으려고 몸싸움을 했을 뿐이에요. 그런데... 기억이 잘 안나요.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애는 쓰러져 있었고... 제 손에는 트로피가 들려 있었어요. 오르골은... 그 애 머리맡에서... 깨진 채로... 울고 있었어요. 멈추지 않고... 계속... 같은 멜로디만... 슬프게... 제가 죽인 게 맞아요. 하지만 질투 때문이 아니에요. 전... 그냥 제 노래를 지키고 싶었어요. 더 이상 부서지고 싶지 않았어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내 노래... 그 작은 멜로디를... 지키고 싶었어요... 이게... 제 노래의 전부입니다. 이제... 막을 내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