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린 · 완벽한 각도에 대하여
연습대본 · 청춘 · 여성 / 10대 · 감정선 가식 → 죄책감 → 후련함
전체 대사
안녕하십니까. ‘세상을 바꾸는 작은 발걸음’ 캠페인 홍보대사, 한예린입니다. 먼저, 부족한 저에게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그날, 저는 그저... 나무 위에 위태롭게 앉아있던 한 생명을 외면할 수 없었을 뿐입니다. 그때... 정말 높았어요. 나뭇가지가 손에 막 긁히고... 미끄러워서. 한 손으로는 가지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아, 아니. 고양이를 잡아야 했어요. 고양이가... 되게 무서워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괜찮아, 괜찮아. 이쪽으로 와. 착하지... 최대한... 안정적인 구도를 잡아야 했어요. 아니, 가장 안전한 길이요.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그래야... 영상이, 아니, 구조가 잘 될 테니까요. ...거짓말. 다 거짓말. 죄송합니다. 이건 못 읽겠어요. 여기 쓰인 말들은 다 제가 한 게 아니에요. 아니, 제가 하긴 했는데... 진짜가 아니에요. 그 고양이, 저희 집 고양이에요. 이름은 나비. 나무 타는 거 엄청 좋아하고요. 그날도 제가 데리고 나간 거예요. 친구랑. ‘세상 착한 챌린지’ 1등 하려고요. 조회수 제일 많이 나오고, ‘좋아요’ 제일 많이 받으면... 상금도 주고, 대학 갈 때 유리하다고 그래서. 친구가 밑에서 각도 잡아주고, 저는 제일 그럴싸한 표정으로 나비를 ‘구조’했죠. NG만 한 세 번 났나? 나비가 자꾸 제 품으로 폴짝 뛰어내리는 바람에. 여러분들이 본 건 그냥... 제일 잘 나온 테이크였던 거예요. 완벽한 각도, 완벽한 스토리. 완벽한 거짓말. 착한 사람이 되는 건 생각보다 쉽더라고요. 그냥... 남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되는 거였어요. 근데 이상하죠? 이렇게 ‘나쁜 사람’이라고 고백하는 지금이... 그 영상으로 칭찬받던 때보다 훨씬 마음이 편해요. 왜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