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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 서툰 테이프

연습대본 · 드라마 · 여성 / 30대 · 감정선 기쁨 → 눈물 →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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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진짜 끝까지 치사해. 누가 이런 거 달래? 평생 윽박지르고 화만 내던 사람이, 이제 와서 테이프 덜렁 하나 쥐여주면 다야? 얼굴 보고 말할 용기도 없으면서. 딸내미 화장 다 지워지게 진짜...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나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열여섯 살 때, 내 스케치북 찢어서 난로에 던져버리던 아빠 얼굴. 미술학원 보내달라는 말이 그렇게 큰 죄야? 그때 아빠가 그랬잖아. 남의 옷 찌든 때 빼면서 사는 게 얼마나 지긋지긋한 줄 아냐고. 근데 아빠... 난 아빠한테 나는 그 퀴퀴한 다리미 냄새, 약품 냄새... 한 번도 창피했던 적 없어. 오히려 난 그 냄새가 좋았단 말이야. 땀 흘려 일하는 우리 아빠 냄새니까. 근데 아빠는 왜 평생을 미안해하면서 살았어? 다리미에 데어서 흉터투성이인 그 손... 내 졸업식 때도, 사진에 안 나오게 하려고 자꾸 등 뒤로 숨겼잖아. 내가 그 거친 손을 얼마나 잡고 싶었는데. 미안해야 할 사람은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한 난데... 왜 아빠가 미안해해. 바보같이. 참 나... 밖에서 손님 맞고 있는 아빠도 눈이 퉁퉁 부었을 텐데, 신부까지 이러고 나가면 사람들이 참 유난 떠는 부녀라고 하겠다, 그치? 나 안 울어. 아빠가 다리미질 수만 번 해서 곱게 키워준 이 얼굴, 망치기 싫으니까. 그리고 나... 아빠 말대로 정말 잘 살 거야. 나 사랑해 주는 사람 만났으니까, 아빠가 평생 희생해서 지켜준 내 인생... 보란 듯이 행복하게 살게. 아빠. 나한테 얼룩 같은 거 묻어도, 이제 아빠한테 안 가. 아빠 이제 그 무거운 다리미 내려놓고, 아빠 인생 살아. ...고마워. 나도 내 목숨보다 더 사랑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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