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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 · 텅 빈 합격증

연습대본 · 드라마 · 남성 / 10대 · 감정선 분노 → 슬픔 → 눈물

지훈 - 텅 빈 합격증 독백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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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대사

자, 확인해 봐. 엄마 아빠가 그토록 원하시던 합격증. 직접 보니까 어때? 기분 째지지? 축하해. 드디어 두 분 소원 이루셨네. 친척들한테 돌릴 플래카드 문구는 내가 알아서 정해줄까? 나도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거 못 받았으면, 나 평생 엄마 아빠 인생 갉아먹은 기생충 취급받았을 거 아냐. ...나 진짜, 죽을 뻔했거든. 지난 12년 동안. 중학교 2학년 때, 내가 학원 화장실에서 코피 쏟으면서 변기통 붙잡고 토할 때. 엄마가 나한테 제일 먼저 한 말이 뭔지 알아? '괜찮아?'가 아니라, '약 먹고 빨리 들어가서 앉아.' 였어. 진짜 숨이 턱턱 막혀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꾹 참았어. 왜? 이 종이 쪼가리 하나 던져주고 깔끔하게 끝내려고. 근데 웃긴 게 뭔지 알아? 막상 이 합격증을 받고 나니까... 내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어. 내가 축구를 좋아했는지, 게임을 좋아했는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내 머릿속엔 그냥 오답 노트랑 기출문제밖에 없어. 내 10대가, 내 시간이... 통째로 뜯겨 나간 기분이야. 착한 아들 코스프레는 오늘로 끝이야. 이 합격증, 두 분이 가져. 액자에 으리으리하게 넣어서 거실 한가운데에 걸어두든가. 엄마 아빠가 만든 제일 완벽한 트로피잖아. 내 역할은 여기까지야. 이제부턴 그냥 지훈이로 살게. 내일 짐 싸서 나갈 테니까, 찾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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