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 에코 체임버
연습대본 · 범죄 · 남성 / 10대 · 감정선 죄책감 → 공포 → 절망
전체 대사
아, 아... 테스트. 이걸 누가 듣는다고. 미래의 김지훈에게. 이걸 듣고 있을... 스무 살의 너? 아니면 서른? 언제가 될 진 모르겠다. 그냥, 언젠가의 너에게. 오늘은... 2024년 10월 26일. 비가 오는 토요일 밤. 넌 열일곱이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야. 이 목소리, 기억해? 이 날을... 이 밤을 기억해야만 해. 절대로, 단 한순간도 잊으면 안 돼. 넌 아마... 다 잊고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좋은 대학 가서, 여자친구도 사귀고... 그냥 철없을 때의 악몽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면서. 안 그래? 근데 그거 알아? 난 아직도 그 골목 냄새가 나. 비에 젖은 흙냄새랑... 역겨운 쇠 비린내. 깜빡거리던 가로등 불빛. 바닥에 뒹굴던 찌그러진 캔. 전부 다... 어제 일처럼 생생해. 내가... 내가 거기 없었더라면. 처음부터 형을 따라나서지 않았더라면... 아니, 그냥... 그 새끼들이 시비 걸었을 때, 모른 척 지나갔더라면. 그랬다면... 왜 도망쳤어, 이 겁쟁이 새끼야! 왜 거기 숨어서 보고만 있었냐고! 형이 그렇게 맞고 있었는데, 왜 눈을 감았어! 소리를 질렀어야지... 핸드폰은 장식이냐? 112, 그 숫자 세 개 누르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 하다못해 옆에 있던 돌멩이라도... 뭐라도 던졌어야지! 난 그냥... 숨어서... 다 끝날 때까지... 두 손으로 귀 막고... 눈 감고... 제발 빨리 끝나기만 빌었어. 형이... 형이 나 부르는 소리도... 못 들은 척했어... 그러니까 들어, 미래의 나. 만약 네가 이걸 들으면서 아무것도 안 느껴진다면. 혹시라도 네가 웃고 있다면,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면... 당장 전부 기억해 내. 네가 얼마나 비겁한 인간인지. 네가 형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기억하라고. 이건 네가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십자가야. 절대 가벼워져선 안 돼. 절대 용서받을 생각 하지 마. ...미안해, 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