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 · 마지막 커튼콜
연습대본 · 뮤지컬 · 여성 / 20대 · 감정선 절망 → 죄책감
전체 대사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저의 첫 관객이 되어주신 배심원 여러분. 지금부터 저는, 제 인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의... 최후 진술을 시작하겠습니다. 검사님께서는 제가 질투에 눈이 멀어, 소품용 칼을 진짜 칼로 바꿔치기했다고 하셨죠. 네, 맞습니다. 저는... 그를 질투했습니다. 그의 재능, 그의 인기, 그가 손짓 한 번에 받는 환호. 그 모든 것이 제 것이었어야 했습니다. 저는 매일 밤 기도했어요. 신이시여, 제발 저에게 단 한 번의 기회를. 저 스포트라이트를 온전히 받을 기회를 달라고요.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습니다. 뮤지컬 '피의 연인' 마지막 공연. 극의 클라이맥스. 제가 연기하는 '엘리제'가 배신한 연인 '카이'를 찌르는 장면이었죠. 무대 뒤는 언제나처럼 분주했어요. 스태프들이 뛰어다니고, 다음 의상을 준비하고... 저는 소품 테이블로 향했습니다. 거기엔 늘 그렇듯, 칼이 놓여 있었죠. 검사님 말씀대로라면, 제가 그때 주머니에 숨겨온 진짜 칼과 바꿔치기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그날따라 그의 눈은 유난히 공허했어요. 분장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깊은 어둠이 있었죠. 그는 제게 말했습니다. '윤아야, 오늘 이 무대에서 모든 걸 끝낼 거야. 최고의 피날레가 될 거야.' 라고요. 저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습니다. 하지만 모른 척했죠. 그의 손에 들린 칼이, 평소와 달리 섬뜩한 빛을 낸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이 절정으로 치닫고, 조명이 우리 둘을 비췄습니다. 저는 대본대로 그에게 달려들었고, 그는... 제 손을 잡아 끌어당겼습니다. 자신의 심장으로. 푹,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 뜨거운 피가 제 손 위로 쏟아지는 감촉... 저는 비명을 질렀어야 했습니다. 공연을 중단시켰어야 했어요! 하지만... 제 입에서 나온 건, 연습했던 그대로의... 절규하는 엘리제의 대사였습니다. 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살인자가 맞습니다. 저는 칼로 그를 찌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의 죽음을 방관했습니다. 그의 절망을 무대 장치로 이용했습니다. 제가 그토록 원했던 스포트라이트를 위해, 한 사람의 생명을 외면했습니다. 제가 저지른 죄는... 칼을 든 것보다 훨씬 더 무겁고, 잔인합니다. 이것이 저의 진짜 고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