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 · 피날레의 고백
연습대본 · 뮤지컬 · 남성 / 20대 · 감정선 죄책감 → 수치심
전체 대사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배심원 여러분. 지금까지의 모든 증언과 변론, 잘 들었습니다.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비극을 보는 것 같더군요. 이제... 제 차례인 것 같습니다. 저는 배우입니다. 무대 위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하는 사람이죠. 그래서인지,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이 마지막 변론조차... 연기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건 연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저의... 첫 단독 공연이자, 마지막 앙코르입니다. 그날을 재현해 보겠습니다. 장면 1. 광장의 소음. 시간은 저녁 8시. 조명은 주황색 가로등. 소품은... 낡은 기타 하나. 그리고 텅 빈 기타 케이스. 그날 제가 부르던 노래는 사랑 노래였습니다. 서툴지만 진심을 담은... C장조의 밝은 노래였죠. 한 음, 한 음 공들여 쌓아 올린 화음 위로, 제 가사가 춤을 췄습니다. "야, 이 새끼야! 그딴 걸 노래라고 부르냐? 시끄러워 죽겠네! 당장 집어치워!" 제 음악을 모욕했습니다. 제 꿈을 짓밟았습니다. 제 유일한 관객이던 아이의 귀를 막게 했습니다. 제 C장조의 세계는 순식간에... 단조의 비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는 그와 다퉜습니다. 제 기타를 발로 차려는 그를 막아섰습니다.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이 있었죠. 검사님 말씀대로, 모든 정황이... 제가 그를 밀쳤다고 가리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전 그를 밀지 않았습니다. 단 한 번도... 그를 제 손으로 만지지 않았습니다. 그 남자는 소리를 지르다, 제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다... 그냥, 쓰러졌습니다. 끅, 소리 한번 내더니... 무대 위 배우처럼. 너무나 극적으로. 심장마비였습니다. 그의 삶이라는 공연이, 제 눈앞에서 막을 내린 겁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까지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진실은 아닙니다. 저의 진짜 죄는... 이제부터입니다. 그가 쓰러지던 그 찰나, 제 심장이 멈추고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을 때... 제 머릿속에선... 음악이 울려 퍼졌습니다. 웅장하고, 장엄한... 피날레였습니다. 모든 갈등이 해소되고, 악역이 퇴장하는 순간의 카타르시스. 팀파니가 울리고, 금관악기들이 포효하는... 제 인생 최악의, 가장 잔인하고 이기적인 팡파레. 저는 그를 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백 번, 수천 번을 밀었습니다. 그가 쓰러졌을 때, 구급차를 부르기 전에... 저는 안도했습니다. 제 음악이, 제 무대가 안전해졌다는 사실에... 기뻐했습니다. 저의 죄는 살인미수가 아닙니다. 사람을 밀치지 않았다는 것, 쓰러진 그를 보고도 잠시 망설였다는 것, 그리고... 한 생명의 꺼져감 앞에서 환희의 교향곡을 떠올렸다는 것. 그것이 저의 진짜 죄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