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에서 페페르 독백
연극 · 드라마 · 남성 / 20대 · 감정선 다짐 → 회한 → 호소
전체 대사
[페페르] : (단호하게 마음을 먹고) 나타샤, 나 너랑 다시 한번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어. 마침 영감님도 여기 계시잖아. 이 영감님은 모르는 게 없는 분이니까. 어때, 나타샤. 나랑 같이 가주지 않을래? [나타샤] : 어디로? 또 감옥으로? [페페르] : 나 이제 도둑질 같은 거 완전히 손 씻겠다고 진작 말했잖아. 맹세코 다신 안 해! 나 한 입으로 두말하는 놈 아니야. 이래봬도 글 한 자락은 읽을 줄 아니까, 이제부터 제대로 일하면서 살 거야. 저 영감님이 그러시는데, 아예 자원해서 시베리아로 가보래. 어때, 나랑 같이 안 갈래? 너는 내가 지금 이런 시궁창 같은 생활이 좋아서 이러고 사는 줄 알지? 천만의 말씀이야, 나타샤! 나도 두 눈 똑똑히 뜨고 다 보고 배워서 알아. 세상엔 나보다 더 구린 짓, 더 큰 도둑질 해대면서도 떵떵거리고 잘 먹고 잘사는 놈들이 널렸어. 지금까지는 '나보다 더한 놈들도 저러고 사는데 뭐 어떤가' 싶어서 스스로 위안 삼으며 버텼어. 근데, 다 부질없더라. 그렇다고 이제 와서 찌질하게 후회한다는 건 아니야. 양심? 흥, 그딴 양심 같은 거 믿지도 않아. 다만, 요즘 들어 진짜 뼈저리게 고민하고 있는 게 딱 하나 있어. 어떻게든 지금이랑은 다르게 살아야 한다는 거. 좀 더 인간답게,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야 해. 나 스스로가 내 자신을 떳떳하게 존경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루카] : 허어, 기특한 소릴 하는구나. 정말 옳은 말이야. 주여, 이 어린 양에게 힘을 주시고 구원하소서! 참 맞는 말이야.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존경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지. [페페르] : 나 아주 꼬맹이 때부터 도둑놈 소리 들으면서 자랐어. 만나는 새끼들마다 나한테 '이 도둑놈의 자식아, 몹쓸 년의 자식아!' 손가락질했지. 그러다 보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 '그래? 그럼 내가 진짜 제대로 된 도둑놈이 돼주지 뭐!' 그렇게 시작한 짓이 결국 날 이 꼴, 이 모양으로 만든 거야. 내가 도둑놈이 된 건, 날 그렇게 몰아세운 이 세상에 대한 악다구니였고 반항이었어. 세상이 정말 미웠거든. 진짜 미치도록 미웠어! 그 어느 놈 하나 나를 도둑놈 말고 딴 이름으로 불러준 적이 없었으니까! 세상이 너무 증오스러워서, 그래서 난 진짜 도둑놈이 돼버린 거야. 하지만 나타샤, 너만은 내 진짜 본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잖아. 그렇지, 나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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